공수래 공수거
2006. 8. 29. 07:31ㆍ넋두리
공수래 공수거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를 말라,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말라.
꿈속에 달리고 달려가지만
깨어보면 어디에 내가 있던가?
한마음 놓으면
삼유가 티끌이요
한 식(識)을 놓으면
만법이 이슬인 것을.
영(靈)이니 육(肉)이니
무애그리 안달하랴.
석녀가 자식을 얻을 수 없는데
손자를 얻지 못할까
어리석은 중생 걱정만 깊어지네.
부질없는 마음이
허망한 꿈을 짓나니
뿌리 없는 저 나무에
피는 저 꽃을 어찌 알겠는가?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
신자처(身資處)를 세우니
하세월 하처에 그 밝은 보름달 언제 볼거나?
덜 깬 꿈은 미련도 크거니와
못다한 욕망은 불길만 세다네
피로한 육신은
천국과 극락을 갈구하지만
헌 옷 벗기가 아쉬워
새옷 입기를 걱정하는구나
깁지 않은 가죽푸대에
갇혀서 살지 말고
사슴이 풀밭에 노니듯
그렇게 노니자꾸나
논밭이 푸르니 배불러 좋고
산들바람 불어오니 속살까지 시원하네
무엇이 두려우랴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누가 말했는냐
티끌하나 못가지고 간다고.
벗은 몸에
삼베면 어떻고
비단이면 어떠랴.
이 몸이 다하면
재나 되게 하려무나.
부질없는 귀신타령 미련도 두지 말고
저 푸른 허공에 기지게 켜다 가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