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여왕 중랑천의 장미 (제3부)
2025. 6. 1. 00:00ㆍ포토습작
장미는 겹꽃잎이 화려하고 화사한 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5월의 여왕”, “꽃들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도 고대 로마 시절에는
도금양(桃金孃:늘 푸른 떨기나무)과 함께
비너스(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꽃이었고,
기독교 이후에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으로도 여겼다고 한다.
장미는 이처럼 정열적인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으로 찬사를 받는 꽃이다.
장미가 서양에서 여왕이라 불리는 데 반하여
동양에서는 모란(牡丹)을 모든 꽃 가운데
가장 호화롭고 아름다운 꽃으로 여겨서
화왕(花王)이라고 칭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모란은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
"꽃의 왕은 모란이고, 꽃의 재상은 작약"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극찬하는 꽃이다.
우리나라 신라 때 설총도《화왕계》에서
모란을 꽃의 왕으로 의인화(擬人化)시키고 있다.
여왕(女王)과 화왕(花王)에 대한
꽃말이 부여하는 이미지도 동서양이 다르다.
장미는 색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공통된 것은 로맨스와 사랑의 상징이다.
그리스 신화에 이런 이야기 있다.
신이 처음에 장미를 만들었을 때,
사랑의 사자 큐피드는 그 장미꽃을 보자마자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입맞춤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자 꽃 속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침으로
큐피드의 입술을 톡 쏘고 말았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여신 비너스는
큐피드가 안쓰러워 벌을 잡아서 침을 빼내 버렸다.
그리고 그 침을 장미 줄기에 꽂아 두었다.
그런데도 큐피드는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마다치 않고
여전히 장미꽃을 사랑했다.
《법구경》에 이르듯 칼날에 묻은 꿀을 탐닉하듯
아름다움에 대한 색욕(色欲)은
신화(神話)에서도 우열이 없는 모양이다.
장미의 탄생에 대한 이런 이야기도 있다.
구두쇠로 소문난 한 상인에게 “로사”라는 딸이 있었다.
딸은 자기 집 꽃밭에서 일하던 하인 바틀레이라는
청년과 몰래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연인인 바틀레이는 아침마다 꽃밭에서 꽃을 따서
향수를 만들어 그중 가장 좋은 향수 한 방울씩만 모아다가
로사에게 선물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바틀레이가 군에 징집되어
전쟁터로 불려 나가게 되자 로사는
바틀레이가 하던 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그가 했던 것처럼
그가 무사히 귀가할 것을 바라며
가장 좋은 향수를 한 방울씩 매일 모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돌아온 것은
연인 바틀레이가 아니라 그의 유골이었다.
로사는 연인의 죽음을 한없이 슬퍼하면서
그간 모았던 귀한 향수를 유해(遺骸)에 모두 뿌려버렸다.
이를 본 구두쇠인 아버지는 귀한 고가(高價)의 향수를
딸이 유해에 모두 뿌린 것을 보자
화가 나서 유해에 불을 질러 버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행동에 유해 옆에 있던 로사가
피하지 못하고 그 불에 타죽고 말았다.
이후 그녀의 무덤에서 꽃이 하나 피어났는데,
이것이 바로 장미라고 전해진다.
사랑의 종말은 허무와 절망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까?
여기에 비해 모란은 사랑보다는 부(富)와
인품의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
모란의 꽃말을 보면 '부귀', '영화', '왕자의 품격',
'행복한 결혼' 등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모란을 최고 부(富)의 상징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져
결혼식 때 입는 옷과 침구류 등에
모란꽃이 자수로 새겨지기도 했고,
조선 후기로 가면 양반집에서
모란꽃이 그려진 병풍을 쓰기도 했다.
다만 중국과는 다르게 모란을 최고로는 여기지 않았다.
세조 때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사군자(四君子)라 하여 선비의 지조(志操)와
신의(信義)를 의미하는 소나무, 대나무, 연꽃,
국화를 1품으로 두고,
부귀를 의미하는 모란은 2품으로 두었다.
부(富)보다는 신의(信義)와 지조(志操)가
선비 정신을 고양하는 꽃으로 상징된 것이다.
자본주의에 젖은 사람에게는 사랑보다도 돈이 앞선다.
신의와 지조보다도 돈이 앞선다.
그래서 그런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돈이라고 하는가 보다.
동양과 서양은 사랑을 표현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
모란은 화사하지만 은근하고 은유적인 시적(詩的)인 면이 있지만
장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붉은 열정, 강렬한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전쟁과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서양 속담에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고 했던가.
모란과 달리 장미는 가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아픔이 따른다.
속담에 “ 젊어서 울 줄 모르면 야만인이고,
늙어서 웃지 못하면 바보다.”라는 말이 있다.
젊어서 하는 사랑은 시련이 따르게 마련이다.
가슴앓이를 아니 하고 어찌 사랑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노년의 사랑은 다르다.
사랑이란 한 때의 지나가는 바람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늙은이는 웃는다.
바람은 아무리 거세도 지나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름답다, 추하다라는 느낌의
호(好), 불호(不好)의 문제는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예술은 시비를 논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은 주해(註解)를 달 필요가 없다.
붉은 장미면 어떻고, 노란 장미면 어떤가.
꽃말이 다르다고 장미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개량종 장미는 가시가 없다고 한다.
장미에 가시가 있든 없든
장미의 아름다움은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장미는 장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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