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의 사투(死鬪)

2025. 4. 3. 12:53포토습작

흐린 날씨, 음산하기까지 하다.

이런 날은 오히려 새들이 모여 있을 거로 생각하고

늘 다니던 중랑천 강변으로 나갔다.

강변에 새들이 많아야 포착하기 어려운 비상하는 장면이나

먹잇감을 물고 있는 장면을 포착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경춘철교를 지나 월계1교, 한내교까지 강변을 보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오늘따라 그 많던 새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녹천교까지 더 걸어보았지만 마찬가지다.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강물을 응시하고 있는 왜가리다.

그런데 서 있는 모습이 초라하게 보이고, 날씨만큼 음산하게 보인다.

 

오늘은 공치는 날인가 싶어 녹천교에서 한내교로 돌아 나오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허공에서 왜가리 한 마리가

입에 큰 물고기 물고 강에 내려앉는다.

 

멀리서 보아도 왜가리의 먹잇감치고는 큰 놈이다.

바로 삼키기가 버거워 날다가 강에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

내려오자마자 물고 있는 물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왜가리는 잡은 먹잇감을 쉽게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은 삼키기는 버거운 큰 먹잇감을 낚은 것이다.

멀리서 보기로는 큰 장어인 듯하다.

입안의 물고기는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왜가리는 놓치지 않으려고 안달하고 있다.

 

 

 

 

 

 

아마도 큰 먹잇감을 잡았을 때는

오늘 웬 횡재인가 싶어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왜가리 먹잇감으로는 너무 큰 물고기였다.

삼키자니 물고기의 반발이 여간 아니다.

물고기 처지에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삼키려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고

다시 물면, 또다시 발버둥 치고

물었다가 내려놓는 반복된 사투가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어디로 갔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다.

허망하다. 입안까지 들어 온 그 좋은 먹잇감을 놓친 것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인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왜가리는 아마 속으로 그렇게 느꼈으리라.

놓친 물고기가 크게 보이듯

놓친 먹잇감이 더 크게 느껴져

입맛을 다시며 강물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또 둘러본다.

 

 

 

보다 못한 도사 같은 왜가리 친구가 한마디 거든다.

“이 바 친구, 주인 없는 물고기라고 다 네 몫이 되는 게 아니야.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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