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佛)자에 대한 소고(小考)
2025. 3. 26. 11:41ㆍ붓다의 향기
불교를 배우는 목적은 성불(成佛)하는 데 있다.
성불은 부처가 된다는 의미다.
부처가 된다는 것은
구경(究竟)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깨달음은 곧 지혜다.
지식이 아니라 원증(圓證)의 지혜다.
세속의 지혜가 아니므로
반야, 보리, 정각 등등 많은 이름이 붙여진다.

그런데 부처를 의미하는 불(佛)자가 묘하다.
사람을 뜻하는 <인(人)>과
<아니다>라는 <불(弗)> 자가 조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아닌 사람이 불(佛)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말한 <인(人)>은 중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다>라는 말은 중생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중생을 벗어났다는 말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중생이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佛)가 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경(經)에서는
중생이 곧 부처라고 하는 말하는 것이다.


불(弗)자의 의미를 보자.
《대자전(大字典)》에 의하면 불(弗)자의 의미는
<빠른 모양>, <세차게 성한 모양>, <떨쳐 버린다(去)>,
<어그러진다(違)>라는 의미를 지닌 말로
들판을 뜻하는 야(野)와 선수(船首)나
선두(船頭)를 뜻하는 이물(軸)과
려(戾)의 합자에서 성찰된 회의문자(會意文字)라 한다.

「들판으로 가는데 배를 타고 간다.」 이 말은
어법(語法)에는 하자는 없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려(戾)자는 어그러진다는 의미로,
그런 의미다. 려(戾)자의 원래의 의미는 가죽이 있는데
오른쪽을 무두질해야 하는데 왼쪽을 무두질한다는 의미다.
이는 전도망상이나 어그러짐을 뜻한다.
즉, 위(違)를 의미한다. 정도(正道)를 벗어남을 의미한다.

정도(正道)를 벗어났다는 무슨 의미인가.
<법화경>은
「중생은 탐진치(貪瞋痴) 삼독의 화택(火宅)에 빠져
생로병사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삼계를 윤회하고 있다.」라고 비유하고 있다.
이생에서 고통을 벗고, 무명을 벗어난 길을 가야 하는데
무명의 늪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다.
비유하자면 달을 찾아 강물 속을 헤집고 있는 꼴이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살아간다.
인간 또한 그렇다.
고통을 무시하고 해탈 열반을 무시한다면
본능의 체계로만 살아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묘한 동물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항상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생각이 따라다닌다.
소속이 없는 떠도는 유혼(遊魂)과 같은 놈이 따라다닌다.
이런 유혼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울려
분별 망상에 매몰되어
관념의 세계를 방황하고 있는 것이 중생이다.
경(經)에서는 이를 간택심(簡擇心)이라고 한다.

관념의 세계란 곧 사유(思惟)의 세계다.
이념의 세계다. 본래 마음에서 벗어난 세계다.
이는 모두 일심에서 보면 분별 망상이다.
분별 망상은 소리와 이름만 있고 실체가 없다.
그래서 구도의 길을 나서지만 도로 나무아미타불이다.
양파껍질 벗기듯 벗기고 벗겨 보아도 알맹이가 없다.
그래서 허무(虛無)를 느끼고 무기(無記)의 늪에 빠져 버린다.

무기에 빠져 관념적인 체계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부질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하고
본능의 체계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모르는 천사보다
아는 악마와 거래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이 말하는 도피의 메커니즘이란
삶의 이런 유형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묘한 놈이 찾아든다.
주인이 잠들면 도둑이 들듯
이방인 찾아 들고 훈수꾼이 들어 온다.
이방인이나 훈수꾼은 잠시 머물다 가는 자다.
온 곳도 알 수 없고, 가는 곳도 알 수 없는 놈이다.
주인 행세를 하지만 주인은 아니다.
무언가 있는듯한데 실체는 없다.
이방인이란 곧 분별 망상이다.
중생의 마음속에 이런 이방인이 들어오는 순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들의 훈수를 따라 삼계를 떠돌게 되는 것이다.

삼계란 무엇인가?
상상(想像)의 세계에 빠지면 예술가처럼
호(好), 불호(不好)에 매달리게 되고
상징(象徵)의 세계에 빠지면 종교가처럼
시비(是非), 신(信), 불신(不信)에 빠지게 되고
실재(實在)의 세계에 빠지면 철학자들처럼
관념의 이념, 유무(有無)의 논쟁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불(佛)에 사람 인(人) 변에 불(弗)을 붙인 이유다.
중생의 길에서 벗어라.
망상 분별의 전도된 길에서 벗어나라.
원증(圓證)을 깨달으면 부처가 된다.
그것이 불도(佛道)의 길이다.
성불의 길이다.
이것이 인(人)자에 불(弗)자를 조합하여 불(佛) 자를 만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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