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천년송

2022. 5. 8. 09:55넋두리

 

 

속리산 비로봉

한 자락 기슭에

올연(兀然)히 둥지 튼

속리산 천년송

 

못 박은 듯

바위에 뿌리를 박고

관음의 화신(化身)인냥

뻗어 내린 천수(千手)

 

흰 구름 벗을 삼아

새벽의 이슬로 멱을 감고

하늘 향기로 몸을 단장하여

미륵의 하생을 기다리는 듯

청련(靑蓮)의 보살 같은 네 모습

 

비바람 몰아치는 갖은 풍상

천년의 세월 아랑곳 하지 않고

산새도 둥지 틀지 않은

속리산 고봉에 네 홀로 올연하구나

 

세속에 젖은 갈 길 먼

길손의 분방한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잠시 머물며 쉬었다 가라고

바람결에 실어 보내는 무언(無言)의 소리

 

둘러보면 저 멀리

관음봉이 손짓하고

천왕봉 칠형제봉

문수봉 보현봉이 등짐을 지고

바라보고 있구나

 

 

 

산이 속(俗)을 벗어나듯

네 또한 벗어났구나

천년을 한결같이

소리없이 살아온 숙연한 모습

아 아 고봉에 올연한 천년송이여!

속리산의 천년송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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