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2. 01:01ㆍ삶 속의 이야기들
향기가 나는 삶.
우리말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록 힘들고 천한 일을 하였더라도 그렇게 번 돈만은 떳떳하게 보람있게 쓰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말이 변색(變色)되어 가고 있습니다.
온갖 추잡하고, 야비한 일을 하더라도 출세만 하면
정승처럼 큰소리치고 산다는 의미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가 개의 나쁜 속성만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습니다.
개들은 언제나 살랑살랑 꼬리 치며 그 주인에게 순종하지만, 일단 먹이가 생기면 돌변합니다.
제 밥그릇은 절대로 남이 넘보지 못하게 으르렁거리며 혼자 독식합니다.
개들은 절대로 자기의 먹이를 나누어 먹는 예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서운 동물로, 야차와 같이 여기는 늑대라는 동물을 보면
그 반대로 굶주려 사냥할 때도 절대로 먼저 자기 배를 채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기가 사냥은 했지만 잡은 것들을
암컷과 자식들에 먼저 먹이고 남은 것들만 자기가 먹는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늑대는 한 무리의 리드가 되더라도 오로지 한 암컷만 사랑하며,
그 암컷이 죽으면 자식이 성장할 때까지 돌보다가
암컷이 죽은 곳으로 돌아와 포효하며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들은 발정기 되면 이것저것을 가리지 않습니다.
제 자식도, 제 형제 부모까지도 가리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늑대 같은 사람은 드물고 개같은 사람들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잡으면 그것을 이용해 먹느라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조금 얻었다 싶으면 그 인기를 미끼로 후배들을 농락하거나 갑질하기 바쁩니다.
돈푼깨나 만지게 되면 거드름 부리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뇌물과 성범죄가 하루가 멀다고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돈이 된다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사회로 전락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나는 오로지 이 사회를 위해서 봉사했다고.」 고 외칩니다.
「여기까지 오너라 내 흘린 땀의 보상으로 내 조그마한 과실을 덮어줄 수 없느냐?」 하는 식으로
철면피가 되어 버립니다.
삶의 가치란 부자가 되고, 높은 지위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진정 찬양하고 바라는 삶의 가치란 그것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성실하고 정직하게 노력했느냐에 있습니다.
남을 착취하고, 약자를 이용하고, 대중의 인기로, 궁궐 같은 저택을 가지면 무얼 합니까?
황제와 같은 권력을 누리면 무얼 합니까?
그것은 마치 황금으로 된 수갑 같은 것입니다.
황금 수갑이든, 놋쇠 수갑이던 내 손을 조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직하고 솔직한 삶을 통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면 하루하루를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남들 앞에서는 위선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두 얼굴로 살아야 하는 삶이라면 차라리 감옥이 더 편할지도 모릅니다.
돈과 권력, 대중적인 인기를 자신의 성공으로 여기고 이를 즐긴다면
잠깐은 환락을 누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마치 모래탑과 같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면 무너지는 모래탑과 같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좋다 해도, 아무리 훌륭한 결과를 이룩했다고 해도
과정이 정직하고, 맑지 못한 그런 삶은 결코 값진 삶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삶은 삶의 향기가 없습니다.
잠시 세상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택하던 결과만 좋으면 과정을 다 무시해도 좋다고 여긴다면
세상은 도둑과 사기꾼들로 득실 거리게 될 것입니다.
<대지도론>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사리풋타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여름 안거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죽림정사에서 부처님과 함께 안거를 마친 한 비구가 찾아왔다.
사리풋타는 그에게 부처님과 제자들, 신심 깊은 재가 신자들의 안부를 차례로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옛 친구인 다난자니(陀然)의 근황을 물었다.
"내 친구 다난자니도 잘 있든가, 그리고 자주 부처님을 찾아뵙고 설법을 듣던가?“
그 비구는 엇짢은 얼굴로 말했다.
"그는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지만, 부처님을 찾아뵙고 설법 듣는 일은 잘 하지 않습니다.
계를 어기고, 다른 사람을 속이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재물을 모은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사리풋타는 이 말을 듣고 다음 날 다난자니를 찾아갔다.
"벗이여. 그대는 어찌해서 바른 법을 닦지 않고 금계를 지키지 않으며,
남을 속이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는가?"
다난자니가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벗이여, 나는 세속에 사는 사람이네. 부모와 처자를 보살펴야 하고,
나라에 세금도 바쳐야 하고, 조상을 위해 제사도 지내야 하고,
찾아오는 사문과 바라문에게 보시도 해야 하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재물이 필요한데, 어찌하겠는가?
자네가 내 입장이 되어보면 나를 이해할 것일세."
사리자가 되물었다.
"그럼 내가 한 가지 물어보겠네. 어떤 사람이 부모를 위하느라고 악행을 했다고 하세.
처자를 위해 또는 조상을 위해 악행을 하고, 세금을 내기 위해 악행을 하고,
보시하기 위해 악행을 했다고 하세. 그렇다고 그가 지은 죄가 감해질 수 있겠는가?"
친구는 고개를 떨구면서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리풋타는 친구를 위해 진심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벗이여. 정당한 행위와 정당한 방법과 정당한 공덕의 결과로
재물을 얻어 부모와 처자를 보살피고, 조상을 위하고
사문에게 보시를 행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래야 처자와 친족과 이웃과 사문들로부터 존경받지 않겠는가.』
살인자로 악명을 떨친 마피아 갱인 알 카포네가 교수대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오로지 내가 살기 위해서 한 일인데 무슨 죄가 있느냐?」 고 항변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 비난해도
자신을 변호하는 말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이기적이고, 교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죄에는 반드시 죗값에 대한 과보(果報)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잠시 헛눈질을 했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붙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악산(岳山)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합니다.
오를 때도 위험하지만 내려올 때는 더 위험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주의 깊게 발밑을 잘 살펴야 합니다.
삶이란 것도 산을 오르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선사(禪師)들도 「조고각하(照顧脚下)」 라 했습니다.
발밑을 조심하라는 의미입니다. 먼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제 발밑을 살피라는 것입니다.
부질없는 부귀공명을 좇다가 넘어진다는 경종의 의미도 됩니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대중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더욱 몸가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옛말에 「군자는 홀로 있을 때 더 근신한다」라는 말과 같이
남이 보지 않을 때 더 몸을 추스르고 근신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가지고 싶은 것, 오르고 싶은 곳은 빨리 성취하고, 빨리 오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나이에 비해 일찍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됩니다.
서두르게 됩니다. 그러나 인생은 4각의 링 위에 서 있는 권투선수와 같습니다.
단거리경주에서는 먼저 들어온 자가 승자가 되지만, 4각의 링에서는
마지막까지 링 위에 서 있는 자가 승자가 됩니다.
인생은 짧다고 하지만 삶이란 사는 동안은 투혼이 필요합니다.
고난이나 역경에 처했을 때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투혼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처음도, 중간도, 끝도 정직하고 성실한 삶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그런 투혼 정신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삶이란 목적과 결과보다도 맑고 정직한 과정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향기 나는 삶이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그런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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