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5. 23:57ㆍ국내 명산과 사찰
(하기휴가 기행 제3부) 부산 기장의 은진사
송운사미타석굴과 자수정동굴탐방을 마치고 나오니 이미 늦은 오후다.
다음 코스인 양산으로 이동하기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모처럼 내려온 길이라
부산 기장에 살고 있는 동생내 집을 들렀다. 저녁식사를 하기는 조금 일러
가까운 바닷가 산책이나 가보려고 하였는데 집에서 10분 거리인 은진사를 들렸다 가자고 동생이 권해 그러기로 했다.
바닷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기장의 은진사는 이름난 사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찰(古刹)도 아니어서 내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전각을 보니 생각보다 큰 사찰이었다.
입구에는 12지상이 조성되어 있고, 바로 앞에는 약사전이 있었다.
이번 사찰탐방에서 느낀 것이지만 경남 일대의 사찰은
유난히 다른 금당보다 약사전이 웅장하게 건립되어 있고 또한 12지상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접하고 있으니 용왕전이나 관음전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약사전이 크게 조성된 것은 조금 예외였다.
거기에다 불교와 12지상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를 조성한 것일까?
호기심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연인사 도창스님>의 12지상에 관한 글을 만나 이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탑이나 불전 외벽 등에서 볼 수 있는 십이지신상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등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으며 몸은 사람 형체다.
이것을 십이생초(十二生肖)라 부르기도 하는데,
십이생초의 먼 조상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천문 역법과 관련된 도상에서 찾아진다.
고대 바빌로니아에 우주와 천계의 운행을 나타내는 천계십이수환((天界十二獸環)이라는 것이 있다.
원을 중심에서 12등분하여 그것을 열 두 방위로 삼고, 각 방위마다
그에 상응하는 동물과 인물 등 열두 가지 형상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놓았는데,
각 방위에 배정된 것은 보병, 쌍어, 백양, 금우(金牛), 쌍녀, 게, 사자, 처녀, 천칭, 천갈, 인마(人馬), 마갈(摩) 등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문 역법 도상이 기원전 3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의 동정(東征) 시기를 즈음해 중국에 유입됐고,
중국에 전래된 중앙아시아 역법 도상이 중국식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물로 대체된 것이 오늘날 우리들이 보는 십이생초다.
중국의 십이생초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삼국시대로 보고 있다.
불교에도 십이신장이 있고, 십이수(十二獸) 개념이 있다.
불교의 신장은 불법과 사찰을 수호하는 외호적인 성격과,
사찰을 청정도량으로 만드는 내호적인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신장 집단의 하나인 십이신장은 약사여래의 권속이다.
약사여래는 그의 곁에 항상 십이신장을 거느리고 중생을 제도하는데,
질병과 재난을 면하게 해주고 의식주 여건이 부족한 이들에겐 그것을 충분히 마련해주며,
백성을 억압하는 폭군이나 외국의 침략군까지도 물리쳐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십이신장은 그 역할과 기능이 약사여래의 명을 받아 약사여래 12대원을 성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서민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대방등대집경〉에 의하면, 사람들이 사는 섬 염부제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데
남쪽 바다에 유리산(瑠璃山), 서쪽바다에 파리산(頗璃山),
북쪽바다에 은산(銀山), 동쪽바다에 금산(金山)이 있다고 했다.
이 네 개의 섬에 각각 3종류씩 모두 12종의 동물이 살고 있는데,
유리산에는 뱀, 말, 양, 파리산에는 원숭이, 새, 개, 은산에는 쥐, 소, 호랑이,
금산에는 사자, 용, 토끼가 살고 있다.
각 짐승은 동굴 안에서 수신을 거듭하고 있으면서 밤낮 12시간. 12일. 12월에 나누어,
교대로 염부제에 나가 돌아다니며 교화를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돼지가 사자로 바뀌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십이지 동물의 구성과 대동소이하다.
불교의 12수는 수신과 교화를 수행하는 보살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미루어 불교 신장과 십이지동물과의 결합 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
불경에는 약사 12신장이 무기를 든 무장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실제로 그런 도상으로 표현된 약사 12신장상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12지동물과 결합된 형태의 약사 12신상이 헤이안(平安)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졌고,
유물 또한 적지 않게 남아 있어서 십이지 사상과 약사여래 12신장과의 결합 양상을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
이것을 미루어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같은 유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물이 없어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 아쉽다.
신라시대 약사신앙은 약사여래의 주처인 동방유리광세계에 다시 태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이것이 사방불신앙(四方佛信仰)으로 발전하면서 방위신앙과도 연관을 맺게 되었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 방위신앙이 당시 신라 사회에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앙의 추이 속에서 방위적 성격을 가진 십이지는 자연스레 약사신장 신앙과 결합됐다.
사찰이나 불탑에서 볼 수 있는 수수인신(獸首人身)의 갑주무장 십이지신상은
십이지의 방위적 성격과 약사십이신장의 수호적 성격이 결합된
제3의 신장상(神將像)으로 보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12지신앙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까지는 밀교 영향으로 호국적 성격을 지녔으나,
삼국통일 이후는 단순한 방위신으로서 신격이 변모해 갔다.
즉 탑을 만들 때 기단부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했는데, 경주 원원사지삼층석탑이 효시가 된다.
원원사지에는 현재 동탑과 서탑이 남아 있다. 보존상태가 좋은 동탑을 살펴보면,
상층기단 한 면에 3구씩 모두 12구의 십이지상이 새겨져 있는데,
평복 차림의 십이지동물이 정적인 분위기 속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소(牛)만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왼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다.
두 손을 앞가슴에 모은 공예(恭禮)의 자세를 취하고 있어
불법 수호신으로서의 십이지신상의 성격을 찾아 볼 수 있다.
포대화상
용왕전
약사전
약사여래를 본존불로 좌우에 일광, 월광보살을 협시로 두고 있다.
약사전 옆쪽에 대법당이 길게 조성되어 있다.
본존인 아미타불 협시불로 대세지보살과 관음보살을 모셨다.
약사불 좌우에 일광, 월광보살을 협시로 모시고 있다.
천수관음
석가모니불 좌우에 문수와 보현보살을 협시로 두었다.
약사불 좌우에 일광, 월광보살을 협시로 모셨다.
약사전 법당전경.
지장보살
산신각
미륵보살로 보았는 데 보합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를 이렇게 조상한 모양이다.
보합은 약사여래를 상징하는 지물이다. 약사여래본원경이 조상 뒤에 새겨져 있다.
관음보살이 용의 조상위 연화대 위에 서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아마도 바다가 인접해서 바다의 신 용왕과 연계시키려고 그렇게 조성한 것이 아닌가 사료된다.
중국에서는 자항보도라 칭하는 관음상이 해안을 낀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듯 기장도 바다에 접한 곳이기 때문이리라.
꽃이 특이하다. 아둔하여 이름은 알 수 없다.
은진사를 나와 저녁을 먹으로 가까운 실리 포구로 향했다.
흐리고 저믄 날 저녁 바다의 풍경을 담아 본다.
~제4부는 부산의 명소 간절곶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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