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기행(1/7) 지리산 화림동천의 거연정(巨然亭)

2016. 6. 22. 00:14국내 명산과 사찰

함양기행(1/7) 지리산 화림동천의 거연정(巨然亭)


거연정은 문화제지정 명승제86호 경남 함양군의 10개 면중 하나인

함양에 위치하고 있는 화림동천이라 일컫는 계곡의 정자다.

  함양기행은 이틀간 머물었던 마천면의 지리산 리조트의 앞 엄천강 주변의 아침 풍경과

귀경길에 마지막으로 들린 거연정부터 포스팅한다.   





소백산을 끼고 있는 경남 함양군은 북쪽으로는 덕유산국립공원,

남쪽으로는 지리산국립공원이 위치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악관광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번 23일의 여행 중 숙박처로 잡은 함양은 함양군의 10개 면 중 하나로

지리산의 유수한 계곡과 옛 선비들의 묵향과 고승들의 불향(佛香)이 베어있는 곳으로

예로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린 곳이다. 함양은 안동에 버금가는 선비의 고장이란 의미다.

일찍이 묵향의 꽃이 핀 함양에는 사대부들의 학문과 문화가 만발했고,

동천 중의 동천이라 할 수 있는 안의삼동(安義三洞)이 위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자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화림동은 함양 유림의 선비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동천이다.

  





  

이번 함양 여행은 토요일 오후에 떠난 23일의 일정이었지만 첫날은 내려가는데,

둘째날은 지리산 천왕봉 등정에 하루가 소요되고 나니 마지막 날은 귀경길이라

시간이 촉박하여 함양이 자랑하는 8경 중 4곳만 수박 겉핥기로 돌아보았다.

그 유명하다는 지리산의 운무는 숙박처인 마천면 엄천강이 있는 지리산리조트에서 보는 아침 운무로 대신하고,

조반 전에 서둘러 금대사를 들리고, 조반후에는 석불로 유명한 서암정사,

그리고 연이어 고대사의 마애불과 용담을 잠시 둘러보고 화림동천이라는 화림동의 거연정을 둘러보고 상경했다.








 










































함양군청 홈피에 의하면

문화재지정 명승 제 86호 지정된 거연정이 위치한 화림동계곡은 맑은 물과 너른 암반,

기암괴석과 늙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 아름다운 승경이 절정을 이루는 곳마다 정자들이 연이어 자리하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요산요수하며 음풍농월을 즐기던 함양의 선비들이 맑은 계곡과 수정 같은 옥수를 놓칠세라 건립한 정자다.

이러한 정자들은 주위의 자연과 조화를 이뤄 마치 수채화 같은 풍경의 연계 경관을 형성한다.고 자랑하는 곳이다.

  



  

원래 화림동계곡의 풍광은 팔정팔담(八亭八潭)’이라 일컫는다.

여덟 개의 정자와 여덟 개의 담이 있는 계곡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정확하게 여덟 개의 정자와 담이 있었는지, 아니면 정자와 담이 많은 계곡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여하튼 팔정팔담이라는 표현은 화림동계곡을 매우 적절하게 묘사한 말로 생각된다.

화림동을 비롯한 안의삼동에는 정자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영남의 선비들은 사화와 당쟁으로 산수에 은둔하고 시서를 논하며 풍류를 즐겼다.

현재 화림동계곡에는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 동호정(東湖亭) 등 세 개의 정자가 남아 있다.

이중 유일하게 명승으로 지정된 정자가 거연정이다.

  



  

화림동계곡을 흐르는 남강천 암반 위에 건립된 거연정은 매우 특별한 형태를 보여준다.

거연정은 화림교를 건너야만 진입할 수 있다. 화림교는 무지개다리, 즉 홍교(虹橋).

홍교는 또 다른 말로 아치형 다리를 뜻하는 오교(吳橋)라 하기도 한다.

화림동계곡의 한가운데 위치한 거연정은 계곡의 기암과 주변의 노송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매우 아름답다.

중층으로 된 누각 형태의 정자로 정면 3, 측면 2칸의 규모이다.

내부는 판재로 벽체를 구성한 1칸의 판방을 갖추고 있는 유실형(有室形) 정자다.

굴곡이 심한 천연 암반의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정자의 아랫부분은 주추를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바위 표면이 높은 곳은 주추 없이 그대로 기둥을 올리기도 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순응하는 정신과 자연친화적인 건축술을 잘 보여준다.

  


  

@거연정은 중추부사를 지낸 전시서(全時敍)가 지은 정자로

1640(인조 18)경 그는 서산서원을 짓고 거연정의 위치에 억새로 만든 초정을 처음 지었다.

화림교 앞에 세워져 있는 화림재전공유허비에는

옛 안의현 서쪽 화림동에 새들마을이 있으니 임천이 그윽하고 깊으며 산수가 맑고 아름답다.

화림재 전공이 세상이 어지러워 이곳에 은거했다라고 쓰여 있다.

1868(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서산서원은 훼철되었다.

이후 1872년 전시서의 7대 손인 전재학이 억새로 된 초정을 철거하고,

서산서원의 재목으로 거연정을 중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거연정은 우리나라 별서정원의 전통적 형식인 계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창덕궁 후원의 옥류천,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처럼 계곡 주위에 정자와 더불어

약간의 정원 시설을 조성한 이러한 고정원이 계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원의 원형은 정자다. 별서는 본래 아름다운 산수 속에 자리한

소박한 정자로 거연정이 계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거연정을 비롯해 화림동계곡에 줄지어 있는 정자들은

각각의 작은 계원을 계속 연결하고 있어, 화림동천을 거대한 하나의 계원(溪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계원(溪源)은 중심건물인 정자와 더불어 주위에 있는 모든 자연 요소들을 정원의 일부로 활용한다.

따라서 계원 속의 정자는 그 위치와 조망이 매우 중요하다.

정자에 방이 있는 경우, 조망은 문을 통해 형성되는 프레임으로 사람이 방 안에서 바라보는 광경을 의미한다.

거연정을 포함한 계류 주변에 지어진 정자 안에서는 이러한 빼어난 자연을 조망할 수 있다.


  

@화림동계곡의 초입에는 고요한 밤 냇물에 비친 달을 한잔의 술로 희롱한다는 의미를 가진

농월정(弄月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켰던 지족당 박명부가 즐겨 찾던 곳에 지었다는

이 정자는 본시 화림동계곡 경관의 백미라 할 만한 제일의 경승이었다.

그러나 2003년 불이 나면서 농월정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아직도 이 정자가 남아 있다면 당연히 화림동천의 가장 중심적인 경관 요소로 계속 자리하고 있을 것이며,

이미 명승으로 지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코스로 들리 거연정. 귀경길이 촉박하여 안의삼동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 일컫는

화림계곡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이 급하여 눈요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 서야만 했다. 언제가 그 아쉬움을 달래 연()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