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꽃의 정원 새미원(3) 연꽃예찬

2014. 7. 20. 00:35명승지

 

 

 

물과 꽃의 정원 새미원(3) 연꽃예찬

사찰도 아닌데 물과 꽃의 정원으로 알려진 세미원으로 들어가는 문은 불이문(不二門)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세미원은 연꽃의 정원임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꽃은 익히 들어왔던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이야기에서 드러나 있듯 많고 많은 꽃 중에서도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가 연꽃 좌대위에 앉아 있는 것을 비롯하여 관세음보살이나 보현보살 또는 문수보살을 보면

왼 손에 연꽃을 들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연꽃은 불성(佛性)을 상징하고, 활짝 핀 연꽃은 불성(佛性)이 드러남을 상징하는 것이다.

 

 

 

불이(不二)란 말은 경전에서는 불이(不異)와 함께 쓰인다.

다르면서도 둘이 아니요(不二), 둘이면서도 다르지 않다(不異)는 의미다.

여기서 같다는 것은 체(體)를 의미하고, 다르다는 것은 용(用) 즉 작용을 의미한다.

진(眞)과 속(俗)이, 이(理)와 사(事)가, 생(生)과 사(死)가, 깨달음과 미망이,

중생과 부처가 다르면서도 둘이 아니고, 둘이면서도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불이법문은 말은 쉽게 하지만 쉬운 법문이 아니다.

불이(不二)의 세계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열반(涅槃)이요,

해탈(解脫)이요, 적멸처(寂滅處)요, 극락이기 때문이다.

불교사전의 해석에 따르면 일실(一實)의 이(理)가 여여평등(如如平等)하여

피차(彼此)의 분별이 없으므로 불이(不二)라 한다고 했다.

보살은 일실평등(一實平等)의 이(理)에 오입(悟入)함으로 입불이법문(入不二法門)이라고 했다.

유마경 <불이법문(不二法門)>품에서 

「불이(不二)의 법계는 문자와 언어로 들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듯

「비사량처(非思量處) 」요「정식(情識)난측(難測)」이다.

중생의 속된 알음알이로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다.

이 오묘한 불이문을 세미원의 입구에 세운 이유는

아마도 육신(肉身)의 눈으로만 즐겨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불성을 보라는 의미가 숨겨진 의미일 것이다.

 

 

 

 

 

 

 

징금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장독대분수가 나온다.

 

 

 

장독대를 지나면 여기서투터 연밭이 펼쳐진다. 청황적백의 화려한 연꽃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반겨준다.

 

 

 

@연은 다년생 수초로써 옆으로 벋는 굵고 긴 지하경(地下莖)을 가지고 있으며

긴 잎자루가 있는 잎이 물위로 나오며 꽃은 붉은색, 흰색, 분홍색의 꽃이 7-8월에 아름답고 크게 핀다.

옛날부터 뿌리는 식용으로 이용되어 왔고 열매는 연자(蓮子), 연실(蓮實)이라 하여 식용, 약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불교사전에 의하면 천축(天竺:인도)에 4종의 연화가 있다.

 연꽃은 일반적으로 홍력화, 백련화, 수련으로 구별하지만 불교에서는 4종류로 구분한다.

청(靑)색의 ➀우발라화(優鉢邏華 utpala), 황(黃)색의 ➁구물두화(拘物頭華(kumuda),

적(赤)색의 ➂파두마화(波頭摩華(padma), 백색의 ➃분타리화(芬陀利華 pundarika)로

청(靑) 황(黃) 적(赤) 백(白)으로 분류된다.

때로는 니로발화(泥盧鉢華 nlotpala)을 더하여 5종으로 분리하기도 한다.

이를 모두 경전에서는 통상적으로 연화(蓮華)로 번역하지만

분타리화 만은 꼭 백련화(白蓮華)로 번역하고 있다.

이 꽃에 삼시(三時)가 있는 데 봉오리를 맺을 때를 굴마라(屈摩羅 mukula),

지려는 꽃을 가마라(迦摩羅 kamala), 활짝 피어 가장 성(盛)할 때를 분타리(芬陀利)라 한다.

법화유의(法華遊意)에

「옛적 외국에서는 분타리화라 하며 번역하여 연화라 했지만

지금은 꼭 분타리화를 연화로 번역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꽃은 대개 진흙탕에서 뿌리를 내리지만 쇠똥에서 피는 연꽃도 있다.

문수보살이 들고 있는 청련화가 바로 그 꽃이다.

새미원 기행의 3번째 포스팅은 불교와 연관된 연꽃의 10가지 예찬이다.

 

 

 

1).이제염오(離諸染汚)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

아름답게 꽃 피우는 사람을 연꽃의 이제염오(離諸染汚)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제염오란 모든 더러움에 물들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생이란 오욕의 번뇌 늪에서 부처의 정토(淨土)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의 상징이다.

 

 

 

 

 

 

 

2).불여악구(不與惡俱)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 질 뿐이다.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에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악과 거리가 먼 사람, 악이 있는 환경에서도 결코 악에 물들지 않는 사람을

연꽃의 불여악구(不與惡俱)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불여악구란 악과 함께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숫타니파아타에서 이르듯 물소의 뿔처럼 악에 맞서 혼자서 당당하게 걸어간다는 의미다.

 

 

 

 

 

 

 

 

 

3).계향충만(戒香充滿)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한 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고결한 인품은 그윽한 향을 품어서 사회를 정화한다.

 한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가시게 하듯 한 송이 연꽃은 진흙탕의 연못을 향기로 채운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계향충만(戒香充滿)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바람에 실린 꽃향기처럼.

 

 

 

 

 

 

 

4).본체청정(本體淸淨)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항상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한 사람을 연꽃의 본체청정(本體淸淨)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중생의 본래 청정심(淸淨心)은 잠시 가려질수는 있어도 더렵혀질 수 없는 것이다.

구름이 벗겨지면 푸른 하늘이 드러나듯.

 

 

 

 

 

 

 

5).면상희이(面相喜怡)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얼굴이 원만하고 항상 웃음을 머금었으며 말은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은 옆에서 보아도

보는 이의 마음이 화평해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면상희이(面相喜怡)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마치 따스한 봄바람이 겨울 내내 얼은 붙은 강을 소리없이 녹이듯.

 

 

 

 

 

 

 

 

 

 

6)유연불삽(柔軟不澁)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생활이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자기를 지키고 사는 이런 사람을

연꽃의 유연불삽(柔軟不澁)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바람에 눌린 풀잎이 다시 일어나듯.

 

 

 

 

 

 

 

7)견자개길(見者皆吉)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하물며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아니 생기겠는가?

많은 사람에게 길함을 주고 사는 이런 사람을 연꽃의 견자개길(見者皆吉)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아침에 우는 까치소리가 새소식을 전하듯.

 

 

 

 

 

 

 

8)개부구족(開敷具足)

연꽃은 피면 필히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꽃피운 만큼의 선행은 꼭 그만큼의 결과를 맺는다.

연꽃 열매처럼 좋은 씨앗을 맺는 이런 사람을 연꽃의 개부구족(開敷具足)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인과(因果)는 필연(必然)이다. 어찌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나겠는가.

다만 심은 대로 바로 그 열매를 얻지 못하는 것은

그 선한 인(因)이 익는 시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9).성숙청정(成熟淸淨)

연꽃은 만개했을 때의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활짝 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사람도 연꽃처럼 활짝 핀 듯 한 성숙감을 느낄 수 있는 인품의 소유자가 있다.

이런 분들과 대하면 은연중에 눈이 열리고 마음이 맑아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성숙청정(成熟淸淨)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마음이 탁하면 번뇌의 냄새만 풍긴다. 마치 파리가 시궁창을 찾아가듯.

먹을 가까이 하면 손이 검어지고, 꽃을 가까이 하면 꽃향기가 몸에 배듯,

선인을 가까이하고, 성현을 따르면 그 몸과 마음도 맑아지고 밝아진다.

 

 

 

 

 

 

 

10). 생이유상(生已有想)

연꽃은 날 때부터 다르다. 넓은 잎에 긴 대, 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연꽃은 싹부터 다른 꽃과 구별된다. 장미와 찔레는 꽃이 피어봐야 구별된다.

백합과 나리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기품 있는 사람이 있다.

옷을 남루하게 입고 있어도 그의 인격은 남루한 옷을 통해 보여 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생이유상(生已有想)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중생은 부처가 다르지 않고 부처는 중생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중생의 청정심이 곧 부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무엇으로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백조에게 먹물을 퍼부어도 백조가 오리가 될 수 없듯.

 

 

 

 

 

 

 

 

 

 

 

 

 

 

 

 

그대여, 연꽃이 되어라.

진흙탕 바닥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되어라.

그러나 그 진흙탕 물 속에 빠지지는 말라.

 

지리산 속에서,

오대산 속에서,

그대 혼자 순수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이 해탈이던 열반이던,

지금 바로 여기

중생이 우굴 데는 시장 속으로,

그대의 삶 속으로 가져올 수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대여, 연꽃이 되어라.

진흙탕 바닥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되어라.

그러나 그 진흙탕 물 속에 빠지지는 말라.

 

~연꽃이 되어라/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