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고운 날 수락산 나들이

2013. 4. 25. 07:54포토습작

 

 

 

 

물소리 고운 날 수락산 나들이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잠을 깨니 10시다. 대충 아침을 먹고 주섬주섬 배낭을 챙겼는데도 정오가 가까워졌다. 휴일날은 언제나 그렇다. 달리 먼 산행계획이 잡히지 않으면. 전날 밤까지는 북한산 족두리봉에서 문수봉도 생각 했었는데... 너무 늦었다. 북한산을 갈려면 전철과 산정입구까지 가는 버스를 불광역에서 환승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9시까지는 집을 나서야 한다. 북한산 코스는 산행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수락산은 집에서 코앞의 거리다. 고작 1~2십분 정도면 족하니. 언제 어느 때나 쉬이 갈 수 있는 산이다. 그래서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 나는 늘 수락산으로 간다. 오늘도 그런 날인가 보다. 수락산역에서 내려 들머리에 들어서니 어제 내린 비 탓인가 계곡물 소리가 맑게 들려온다. 10여년을 수락산을 올랐지만 오늘처럼 맑은 물소리를 듣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늘 오르든 매월정 코스도, 영원암 쪽도 아닌 계곡을 따라 깔닥고개 쪽으로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수락산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락산 계곡은 이름이 수락(水洛)이면서 물소리 듣기가 그리 쉽지 않다. 정오가 넘어 가는 데, 산행시간으로는 다소 늦은 시간인데, 내 뒤를 등산꾼들이 솔솔이 뒤를 잇는다. 수락산은 내게만 그런 것이 아닌가 보다. 더 느림보도 있는 모양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기분으로 산을 올랐다.

 

 

 

수락산에도 봄이 왔나 보다. 물개바위 옆으로 진달래가 곱게 피었다.

 

늘 보았던 바위인데 오늘은 유별나게 눈이 머문다.

깔닥고개를 오면서 매월정을 돌아본다. 

 

깔닥고개에서 이어지는 암릉의 위 바위에 기생하는 솔이 늘 보아도 운치가 있다.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인 입석대가 보인다.

입석대로 향하는 마루에 장승처럼 서 있는 바위도 눈을 머물게 한다.

언제나 눈길을 잡는 바위 틈에 자란 솔

 

 

둥지 떠난 산새 한마리

후드덕 날아가고

느림보 흰 구름

파란 하늘을 지나간다.

 

수락산의 전형적인 풍경

독수리 바위를 올라서면서 돌아 본 풍경이다.

 

배낭바위라 불리는 입석대

 

 

 

 

 

배낭바위 쪽에서 정상의 깃발을 망원으로 잡아보았다.

 

코끼리 바위쪽도 잡아보고.

 

 

하늘이 고아서 철모바위와 함께 잡아 보았다.

 

 

 

 

 

 

솔을 담고 있었는데 갑짜기 독수리인지 까마귀인지 모를 산새 두마리가 날아간다. 카메라를 세팅할 시간도 없다.

포커스만 돌려 그냥 눌렀다. 다행이 렌즈가 실명은 하지 않았나 보다.

 

 

 

 

 

 

 

 

 

 

 

 

 

 

 

 

 

 

길은 사람이 만든 흔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을까?

사람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딛고 지나간 흔적이 아니었든가.

이제는 나무뿌리가 드러날 정도로 땅이 내려앉았다.

참으로 긴 세월이었을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즐긴다는 사람들이...

이 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생각해 본다.

무엇이 자연보호인지를.

 

 

 

 

 

언제부터인가 저렇게 짤려진 나무둥지만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마치 허물어진 절터의 주춧돌마냥. 볼적마다 안쓰럽다.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저리 방치해 놓았을까?

 

 

 

해는 이제 저물어가고 하루의 나들이를 마감해야할 시간인 모양이다. 훌훌 털어버린 저 빈 의자처럼.

 

석양을 받으며 진달래 핀 계곡길을 내려온다.

 

 

 

 

 

느긋하게 보낸 휴일 하루.

수락산은

바위가 있어 좋다.

꽃이 피고 물소리 있어 좋다.

바람소리, 새소리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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