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2013. 2. 5. 07:11포토습작

 

춘설(春雪)

 

토요일 오후부터 싸락눈으로 시작한 눈이 밤사이 쌓여 폭설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이 온통 은빛이다. 절기로는 입춘(立春)인데. 검게 물들어 가는 세상 하늘이 보기가 싫었서 그랬나.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白鷺)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들이 너의 흰빛을 시기하나니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 더럽힐까 걱정하노라.

 

이 시는 포은 정몽주가 이성계를 문병 가던 날, 팔순 가까운 노모가 간밤의 꿈이 흉하니 가지 말라고 문 밖까지 따라 나와 아들을 말리면서 불렀다고 한다. 오늘따라 왜 이런 시가 생각날까.

 

세속의 물감을 모두 합치면 검은 색이 샌다. 욕망은 흔희들 검은 색으로 표현한다. 탐욕, 성냄 모두가 검은 색이다. 정치는 말 할 것도 없고. 언제 맑고 흰 적이 있어던가. 그러나 세상의 모든 빛을 합치면 흰색이 된다. 흰 색의 최고는 빛의 색이다. 빛은 지혜를 상징한다. 세속의 부귀공명을 그래서 옛 선인들은 버리라고 했던가. 그래서 하늘이 새 봄에 앞서 눈을 내렸는가. 세상에 눈을 떠라고.

 

요즘 사람들은 눈을 싫어한다. 어린아이나 낭만을 즐기려는 젊은 이는 그렇치 않겠지만 나이를 들면,

세상을 어느 정도 산 사람은 차라리 눈보다 비가 내리기를 바란다.

눈은 치우기도 힘이 들고, 길은 미끄럽고, 녹을 때는 질퍽질퍽하여 성가시고

그기다 옷까지 더럽힌다고 사람들은 싫어한다.

세속의 편리함이 백색의 향연을 이미 덮어 버린지 오래다.

감성이 메말랐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른데...

조금만 불편을 감소하고 한 걸음만 더 나아가

가까운 뒷산이나 공원 아니면 학교운동장이라도 걸어보면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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