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면서

2008. 6. 15. 22:09넋두리

 

 <설악매봉산에서>

 

산을 오르면서


산을 오르면서 인생을 배운다.

굽이굽이 뻗은 능선 오르고 내리면서

희비애락의 오르내림을 배운다.

 <지리산 뱀사골에서>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무정설법을 들으며


찬 서리 비바람

계절이 바뀌어도

말없이 살아 온

꽃과 숲과 나무들

숯댕이가 된 고목에서

돋아나는 새가지를 보며

무상한 세월의

기다림과 忍苦의 도를 배우고

 <오대산소금강에서>

덤불 속에 가려서도

홀로 올연한 바위들

푸른 이끼 누른 이끼

세월에 곰삭은 바위들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성깔스러운 바위들을 보며

下心과 無心과 겸양의 도를 배운다.

 <도봉산 주봉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無住의 捨心을 배우며

바위 위에 홀로 선 솔을 보며

황혼의 외로운 고독을 배운다.

 <북한산에서>

산을 오르면서 인생을 배운다.

말없는 스승이요

다정한 친구요

연인이 되어

별의 추억처럼

고요히 들려주는 그 속삭임을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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