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火旺山)에서(2)
2007. 4. 3. 00:27ㆍ국내 명산과 사찰
화왕산(火旺山)에서
무박 2일로 떠난 창녕 화왕산
여명이 기지개도 켜지 않은 새벽 4시 반
손전등을 들고 마치 유격훈련이라도 하듯
어둠을 헤치며 산을 올랐다.
정상에 오르니 아침 6시
화왕산은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후레시로 잠을 깨웠건만
다카에 잡힌 것은 어둠만...
기암절벽 운운하던
계곡은 안개서린 창에 비친 그림자와 같고
산성으로 이어진 능선 길은 아련한 옛 추억만큼 길다.
누런 억새풀 사이에 차곡차곡 쌓인 돌무덤
그 시린 날의 아픔을 잊지 말라는 듯
임진왜란의 의병장 곽재우장군의 흔적을 말하는가.
억새풀 나부끼는 화왕산 능선 길에서
오늘 산행은 아니온 것만 못하다고
혼자 푸념하면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데
슬픈 그 날을 기억하라는 듯
찌푸린 하늘에 황사바람까지 가세한다.
마지막 능선 길을 돌아서 올라가니
화왕산의 진면목이 눈앞에 전개된다.
바위들의 시나위
슬픔과 애환을 담고
왜군의 발길을 가로 막았던
서릿발 같은 그 위용
그 웅장하고 장엄함이
계곡 구비 구비마다 함성을 토한다.
하산 하는 길
기슭의 바위틈에서, 솔나무 숲 속에서
게으른 진달래 봄이 왔느냐 묻는데
산 아래 마을에서 외치는
활짝 핀 벚꽃 소리
네 어이 가는 손님
빈손으로 보내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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