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2007. 3. 22. 23:00잠언과 수상록

 

 

<소백산 비로봉 가는 길에서> 

 

나의 길


나를 찾아 가는 삶의 길이란

고속도로도 아니요 국도도 아니다.

그것은 오솔길이기 때문에 알려진 길도 아니다.

고속도로와 국도에는 각가지 이정표가 있다.

그러나 어느 오솔길에도 이정표는 없다.

그것은 공공(公共)을 위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 길을 찾는 자에게만 길이 되기 때문이다.


메뉴판과 같이

사람이 살아가야할 삶의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는 많다.

예수의 성경이 그렇고, 마호매트의 코란이 그렇고,

부처의 대장경이 그렇다.


그것은 위대한 화가의 그림처럼

여러 사람들이 보기 쉽게 그려진 그림일 수도 있고,

어떤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이던 그 그림은

나만을 위해 그려진 것이 아니다.

뭇 대중을 위하거나,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 그려진 그림일 뿐이다.

그래서 그 길을 잘만 따라가면 신부도 될 수 있고,

스님도 될 수 있고 구루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오솔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질투심마저 느끼게 된다.

때로는 길 없는 길 위에서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쉬운 길을 버리고

이 길을 가야만 하는가 하고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마음이란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주인이 될 수 있으나

미지의 것에는 이방인이 된다.

당황하게 되고 피로감마저 느끼게 된다.


메뉴판에서 알지 못한 음식이름을 보고 

호기심으로 행복감마저 느끼며 선택하지만

그러나 그 선택한 음식이 나올 때

나의 기대와 다를 때 당혹감을 느끼게 되듯,


마음은 언제나 미지의 것에 대한 당혹감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마음의 피로를 몰고 오기도 하고,

회의를 몰고 오기도 하며 좌절감을 몰고 오기도 한다.


오솔길을 걷는 자에게도 그런 위험은 따른다.

마음의 피로, 좌절감, 무기력이 따르고

세상에 대한 질투와 미움과 분노와 회의가 따른다.

그래서 마음이 허기질 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되고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오솔길에서는 누구에게 의지할 수가 없다.

무엇에도 기댈 수가 없다.

단지 홀로 보고,

홀로 생각하고

홀로 선택하고

홀로 내 의지를 세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남이 걸어간 길을 따르는 자는

목적지에 도달하더라는 나의 종착역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비록 그 길이 미지의 길이요,

험난하고 외로운 길이겠지만

세상 사람이 무어라 하던

나는 나의 오솔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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