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바람 부는 날에는

2010. 4. 29. 23:29넋두리

 

(설악공룡능선에서) 

 

마음에 바람 부는 날에는

     ~현림~

 

낯선 산행길

갈림길을 만나면 혼란스럽듯

耳順의 고개를 넘어서면

매사가 혼란스러운 날들이 많아집니다.

 

(불곡산)

 

어항을 벗어난 붕어처럼

삶과 죽음의 문제에 안달하게 되고

인기척에 놀란 산새 후드득 날아가듯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 집니다.

 

(운악산)

 

그런 날은 훌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떠도는 구름 나그네처럼

바람 따라 훌훌 그렇게 떠나고 싶어집니다.

 

(천관산)

 

그런 날은 산으로 갑시다.

바위산으로 갑시다.

꽃이 피던 말든

비바람이 치든 말든

흔들림 없는 바위산으로 갑시다.

 

(달마산)

 

긴 하루 텅 빈 집에 홀로 남으면

생각의 늪에 빠지는 날이 많아집니다.

망각의 잔으로 달래보지만

마음에 먹구름만 일고

천둥소리만 더 요란해집니다.

 

(도봉산오봉)

 

그런 날은 산으로 갑시다.

바위산으로 갑시다.

침묵의 장옷을 입고

태고의 중후함 그대로

 

(월출산)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이

빛바랜 추억으로 남지 않는

바위산으로 갑시다.

 

  (북한산)

 

마음에 바람 부는 날

먹구름 일고 천둥소리만 요란한 날

그런 날은 산으로 갑시다.

산 속에서 산을 잊은

바위산으로 갑시다.

 

(수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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