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은 어디입니까?

2009. 7. 12. 08:34선시 만행 한시 화두

 

 

극락은 어디입니까?

-종묵스님이 경봉스님에게-

 

삼복의 무더위에 공손히 편지를 올립니다.

공경하는 경봉 큰스님의 건강은 어떠하시며

하늘과 사람을 위하심이 한결같이 맑고 편안하신지요?

설법 때문에 과로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권속들도 편안하며 잘 지내는지요?

경봉스님의 법문이 온 산하에 미치니

法行의 구구함을 다 이르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외딴 절에서 흐르는 구름을 벗 삼아 걸림 없이 수학하며

오직 마음의 정화를 위해 좌선하고 있습니다.

법을 보이신 중에 시냇물과 솔잎만으로도 한 생을 살 수 있다는 말씀이

가슴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바로 貧者의 넉넉함입니다.

가진 자는 가진 것 때문에 불안하고 빈자는 없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거늘 스님은 어찌 빈자의 넉넉함을 가지고 있습니까?

바로 스님이 극락이며 내세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왼쪽 눈이 반 근이요 오른쪽 눈이 여덟 냥이라

왼쪽과 오른 쪽의 눈이 바라보는 것이 다르니

이 또한 저의 수양이 부족한 탓이오니

양눈의 무게가 같아지면 스님에게 돌아가서 절하겠습니다.

 

극락을 멀리서 바라보니 물과 산이 다해

따스한 바람을 보내니 감로수가 서늘하네.

어느 때에 한산길을 동행하여

함께 저문 날에 산사의 종소리를 들을꼬.

 

감화가 끝이 없어 큰스님, 이만 줄입니다.

부디 법문이 아침 이슬에 젖어 반짝이시길.

 

  

심안(心眼)

-경봉스님이 종묵스님에게-

 

너무 과한 칭찬은 오히려 욕이 되네.

아직도 극락을 찾지 못하고 해매고 있나?

바로 자네가 극락이며 지옥이네.

바라보는 양쪽 눈의 무게가 다르다니 어서 안경을 끼게.

안경은 비싸 사지 못하니 마음의 안경을 사서 끼게.

                                                  ~화두,편지/명정스님, 정성욱편저~

 

 

 

현림 헛소리

 

바람 불어 비오는 일

일러주지 않아도 되건만

알 품은 어미 닭 마음 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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