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수박터지는 소리

나그네 현림 2006. 7. 26. 23:15

 

 

 

 

수박터지는 소리


초여름 장마 비가

밤새 그렇게 요란을 떨었던

천보산 오솔길


찢기고 부러진 가지

잎새에 눈물을 감추고

할퀴고 파헤쳐 진 밑둥

소박맞은 여인처럼 한 숨 짖는다. 


숭숭 벌레가 먹은

떨갈나무 잎

그래도 솔방울은 이 비에

곱게도 푸르다.


네가 있어 내가 왔는지

내가 있어 네가 있는지.

푸념같은 적막 속에


햇빛도 숨어버린

천보산 오솔길

바람은 너럭바위 위에 움직일 줄 모른다.


퍽, 퍽, 퍽,

어디선가 들려오는

수박터지는 소리

뒤 산에 들려오는 훈련장 총소리다.


간밤을 지새운 듯

잠자다 깨어난 놀란 다람쥐

바람도 지쳐버린 너럭바위에 위에서

뚱그란 눈으로 저 편을 응시한다.


누가 또 수박을 터트리는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