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

증도가(證道歌) 제42구 연등불과 인욕선인.

나그네 현림 2025. 4. 21. 10:56

우리 스승 부처님께서 연등불을 뵈옵고

다겁토록 인욕선인이 되셨도다.

 

<原文>

我師得見燃燈佛 (아사득견연등불)

多劫曾爲忍辱僊 (다겁증위인욕선)

 

(제화갈라보살 석가모니 미륵보살/봉정사)

사찰을 다녀 보면 석가모니 삼존불로

중앙에 본존인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우측에 제화갈라보살, 좌측에 미륵보살을 모신 곳이 많다.

연등불은 석가모니불에게 수기를 내리신 분이기 때문에

본존불로 모시지 못하고

과거의 보살 때의 모습(제화갈라보살)으로 봉안하고 있다.

 

연등불(燃燈佛)은 범어로 Dipamkara.

제원갈(提洹竭) 제화갈라(提和竭羅)라 번역한다.

<서응경(瑞應經)>에는 번역하여 <정광(錠光)>이라고 하고,

<지도론>에는 번역하여 <백연등(白燃燈)>이라 하였다.

()은 등불의 발이 있는 것이고 발이 없으면 ()이라 한다.

(제화갈라보살/선운사)

@연등불의 이야기를 경전에 보면

과거 일월등명불에게는 여덟 명의 왕자가 있었다.

그중 법의라는 막내 왕자가 바로 이 연등불이다.라고 했다.

<증일아함경 제13권 제1>에 이 부처님의 본연(本緣)에 대한 기록을 보면

과거 구원겁에 왕이 있었다. 이름을 지주(地主)라 했다.

장차 염부제를 다스리게 되어 있었다.

왕에게는 선명이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왕은 염부제의 반을 나누어 주어 다스리게 했다.

선명은 후일 왕이 되어 일월광(日月光) 부인과의 사이에서

등광(燈光)이라는 아들을 낳았다.

태어날 때 염부제가 돌연 금색으로 변했고

용모는 단정하여 32상을 갖추었다.

29세에 문득 깨달아 부처님이 되었다.

부왕인 선명왕은 40억의 남녀와 함께

등광불에게 나아가 가르침을 청해 법문을 들었고

이 부처님도 또한 지주왕이 있는 곳에 이르러

왕과 신하와 백성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왕은 그 후 7만 년 동안 사사(四事)로써

등광불과 비구들을 위해 공양하고

여래가 멸도하자 다시 7만 년 동안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하였다.라고 했다.

 

@四事란 침구, 의복, 음식, 탕약

또는 음식, 의복, 산화(散花), 소향(燒香)을 일컫는다.

(제화갈라보살 석가모니 미륵보살/기림사)

석가여래의 因行中에 제2아승지겁이 찼을 때

을 만나 出世하여 5종의 연꽃을 에게 공양하였다.

머리털을 진흙에 깔아서 이 밟게 하고,

미래에 성불할 記別(기별)을 받았다.

<지도론 9>연등불이 생시에 일체의 신변(身邊)

등불()과 같으므로 연등태자(燃燈太子)라 불리고,

성불하였어도 또한 연등(燃燈)이라 하였다.

옛 이름(舊名)은 정광불(錠光佛)이다.라고 하였고,

<四敎集解> 중에 연등은 이름을 錠光이라 하며

발이 있는 것을 이라 하고,

발이 없는 것을 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유동보살/청주 용화사)

<瑞應經> 정광불 때 석가보살의 이름은 儒童(유동)이다.

瞿夷(구이)라는 이름을 가진 왕가(王家)의 딸이 맡긴

두 송이(二枝)의 청련화(靑蓮花)와 오백금전(五百金錢)으로 산

5송이 연꽃(五莖蓮) 모두 일곱 송이 연꽃(七莖蓮:칠경련)

부처님께 바쳤다. 또 땅이 진흙땅임을 보고

가죽옷을 벗어도 진흙땅을 가리지 못하자 털을 풀어서

부처님()이 밟고 지나가게 하였다.

授記(수기)에 말하기를

이후 91겁을 賢劫(협겁)이라 하며 네가 이 되어

釋迦文如來(석가문여래)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연등불이 수기한 91 겁 후에 나타난 부처가

석가모니불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석가모니불)

다겁토록 인욕선인이 되셨다라는 말은

석가여래가 전생의 인위(因位)에 인욕선(忍辱仙)이 되어

고행 수행을 한 기간이

1겁 동안만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겁 동안에 일찍이 인욕선인이 되었다’라고 한 것이다.

<본생담(本生譚:ja taka)>에 의하면

어느 때는 숲속에서 고행할 때 가리왕(歌利王)을 만나

수족을 잘리는 고통을 받았고,

몸을 버려서 굶주린 호랑이에게 먹이고,

살을 잘라서 굶주린 매를 제도하는

무수한 겁() 동안 인욕의 고행을 겪었기에

다겁(多劫)이라 한 것이다.

(석가모니불/북한산 국녕사) 

인욕선(忍辱僊)은 인욕선인(忍辱仙人)을 말한다.

僊 자는 仙가 같은 의미로

도가에서 말하는 신선이 아니라

깨달음의 성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를 “대금선(大金仙)”으로도 불린다.

 

인욕(忍辱)이란 모든 모욕(侮辱),

뇌해(惱害:고통스러운 훼방)를 받고도 참고 견디며

화를 내거나 한탄(恨歎)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바라밀)의 하나다.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하는데 왜 인욕수행을 해야 하는가?

《발보리심경론(發菩提心經論)》을 보면

인욕을 낳는 인연으로 10가지를 들고 있다.

인욕을 낳는 인연에는 열 가지가 있으니,

첫 번째는 나[]와 나의 것[我所]의 상()을 관찰하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는 종성(種姓)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세 번째는 교만을 깨트려 제거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악이 닥쳐오더라도 앙갚음하지 않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무상(無常)의 상()을 관하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자비를 닦는 것이고,

일곱 번째는 마음이 방일하지 않는 것이며,

여덟 번째는 배고픔이나 목마름에 대해 괴롭고

즐겁다는 등의 느낌을 버리는 것이고,

아홉 번째는 성냄을 끊고 제거하는 것이며,

열 번째는 지혜를 닦아 익히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열 가지 일을 능히 성취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그는 능히 인욕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살마하살이 청정필경인(淸淨畢竟忍)을 닦을 때

()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ㆍ무작(無作)에 들어가면

보고 지각하고 원하고 짓는 것과 화합하지 않아서

공ㆍ무상ㆍ무원ㆍ무작에도 기대어 집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온갖 보고 지각하고 원하고 짓는 것은

모두 공이기 때문이니, 이와 같은 인욕이

바로 둘 없는 모습[無二相]의 인욕으로서

소위 청정필경인이라고 한다.

혹은 결(:번뇌)의 다함[]에 들거나 적멸(寂滅)에 들어가면,

에 의한 생사와 화합하지 않고

결의 다함이나 적멸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온갖 결에 의한 생사는 공이기 때문이니,

이와 같은 인욕이 바로 둘 없는 모습의 인욕으로서

소위 청정필경인이라고 한다.

혹은 인욕의 자성이 스스로 생겨난 것도 아니고

다른 것으로부터 생겨난 것도 아니며

화합에 의해 생겨난 것도 아니라면,

출현함이 있지 않아서 파괴할 수도 없다.

파괴할 수 없는 것이란 바로 다할 수 없으니,

이와 같은 인욕이 바로 둘 없는 모습의 인욕으로서

소위 청정필경인(淸淨畢竟忍)’이라고 한다.

 

*청정필경(淸淨畢竟)이란 모든 것이

구극(究極: 끝까지 파고 들어감) 있어서

청정하다고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인욕 수행을 청정필경인(淸淨畢竟忍)이라고 한다.

이는 <대보적경>에 나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