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속리산 고사목

나그네 현림 2022. 5. 9. 20:38

 

 

아홉 구비 돌아간다는

구봉산 들머리에

천년의 침묵을 가슴에 묻고

망부석이 되어버린 고사목이여

 

세속은 산을 떠났다는 이 산에

어이해 너는 산을 떠나지 못하고

무슨 바램이 있어

목탁 하나 가슴에 품고

문드러진 육신 부여잡고

세월의 갖은 풍상과 벗하려 하는고

 

세속이 묻어 버린

미륵의 환생은

장경(藏經) 속에 잠들어 깨어날 줄 모르는데

 

육신은 숯댕이처럼 타버리고

차디찬 네 영혼의 새벽은

허허한 황톳길을 걷는구나!

 

아 아 어이하랴?

허공만 맴도는

울림 없는 네 가슴 속의 목탁 소리

 

백 년을 살다 가든

천년을 살다 가든

무상한 세월의 수레 바큇살

 

無心도 關이거늘

하물며 미련이야.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길을.

 

 

@구봉산: 속리산의 옛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