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의 경귀들

당랑거철(螳螂拒轍)과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의 유래

나그네 현림 2018. 2. 5. 21:51


(중국 서안 진시황병마용갱에서)


당랑거철(螳螂拒轍)과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의 유래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거나 경거망동을 부리는 자를 일러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로 비유합니다.

 당랑(螳螂)은 흔히 사마귀나 오줌싸개로 불리는 버마재비를,

거철(拒轍)은 수레를 막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은 미물인 버마재미가 자기보다 수 천 배 큰 수레를 막겠다고 어리석게 나서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25대 군주인 장공(莊公: ?~기원전 548)이 어느 날 큰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큰 길가에 있던 버마제비란 놈이 길을 막고 서 있었습니다.

버마제비가 가만히 보니 큰 짐승이 태산 같은 것을 타고 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거드름을 피우고 위엄을 부리고 오는 것을 꼴을 보니 같잖은 생각에 속이 뒤 접혀

 내 저놈을 못 가게 가로막아야겠다라고 마음먹고 긴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수레를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완전 피박살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장공은 어리석지만 미물로서 용기 하나만은 가상하다고 여기고 수례를 돌려서 지나갔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군왕 다운 면목을 보인 것이겠지요.



  

이 이야기는 後漢書를 비롯하여 장자(莊子)人間世篇에 나오는 고사인데

이렇게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무한한 힘이 있는 것을 막으려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일러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고 합니다. 3대 선시(禪詩) 중 하나인 영가스님의 증도가에서도

무상대도(無上大道) 앞에 아름알이로 우쭐대는 중생을 빗대어 인용한 말이기도 합니다.

 


또 어린아이가 철없이 까불고 대드는 것을 보고는 어른들이 “x 만한 색끼라고 육두문자를 씁니다.

어린 놈이 뭘 안다고 덩벙거리느냐 하는 의미입니다. 분수를 모르고 객기를 부르는 자,

천방지축(天方地軸) 날뛰는 자를 비아냥대며 경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는 민담(民譚)에 나오는 趙溫馬亂色氣(조오마난색기)란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조씨의 부인의 꿈에 건장한 말 한 마리가 품속을 뛰어드는 꿈을 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남편에게 어젯밤 꿈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이는 말과 같이 활달하고 건장한 아들을 순산할 태몽이라고 좋아했습니다.

남편의 말대로 부인은 임신이 되고, 산달이 되자 정말로 건장한 아들을 낳았습니다.

 

조 씨는 부인의 태몽이 말이었기에 아이의 이름도 "溫馬(온마)"라 지었습니다.

따듯하고 정이 넘치는 온()의 의미와 액귀와 병마를 이기는 건장한 힘을 지닌,

양성(陽性)을 상징하는 말() 같이 되어라고 온마라 한 것입니다.

온마가 장성하여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건장한 말처럼 양기도 출중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온마는 조씨 부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말처럼

왕성한 정력으로 마을의 처녀란 처녀는 죄다 욕보이는 난봉꾼이 되었습니다.

천리마처럼 온 동네 처녀를 섭렵하고 다니니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관가에 고발하여

조온마는 판관 앞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전후 이야기를 들은 판관은

"조온마는 색기(色氣)로 인하여 마을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어지럽혔다 (趙溫馬亂色期;조온마난색기).

따라서 차후 이런 패륜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거세(去勢)를 한다고" 고 형벌을 내렸습니다.

결국, 조온마는 거세를 당하였고, 사람들은 이렇게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지나친 경거망동을 일삼는 자들에게

조온마의 일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조온마난색기"라는 말로 경계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