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가을바다 제부도에서

나그네 현림 2010. 10. 9. 01:13

 

 

가을바다 제부도에서

 

더위를 삼킨 바다도

이제 열이 내렸나 보다.

 

썰물이 빠져나간 포구

발 빠른 통통배들

절름발이가 되고

 

어둠의 질곡에서

긴 터널처럼 드러난

회색의 아스팔트길

 

외롭게 걸어 온

내 삶의 길인냥

아스라하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바다가 갈라지듯

혓바닥을 뒤집어도

 

가슴속에 남은 것은

빈 조개껍질마냥

아무것도 없다.

 

잿빛 겨울바다 갯바위 사이로

이방인처럼 어슬렁거리는

바다 갈매기들

 

물 빠진 휑한 갯벌 위에

내동댕이쳐진 바다 고둥처럼

어제의 향수를 그리는가.

 

하루를 마감하는 여린 햇살이

구름을 비집고 내려않는데

먼 바다는 내 기침소리마냥 쿨럭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