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과 수상록

우언(迂言)

나그네 현림 2008. 11. 28. 22:43

 

 

(북한산 향로봉에서) 

 

우언(迂言)


아는 게 많으면

시비가 많아지고

아는 게 없으면

다툴 일도 없다.

 

(불암산에서)

 

잡기(雜技)에 능하면

육신이 고달프고

잡설(雜說)에 귀 밝으면

입이 고달파진다.

 

 

(천관산에서)

 

육근(六根)이 총명하고

이해득실에 밝아도

인생은 환불이 없다.

 

(명성산에서)


 

독수리 높이난들

얻는 것은 죽은 시체뿐

높이 날아서 무얼 하려나.

 

(명성산에서)


 

잘나고 못난 것은

내 탓이 아니요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변하는 것

 

(계방산에서)


꽃이 피면 바람이 불어대듯

모난 돌이 정을 맞듯

홀로 오뚝한 건 예로부터

꺽인 일 많으니

고운 향기는 거두어

가슴에나 묻어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