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정해(丁亥)년을 보내며

나그네 현림 2007. 12. 23. 20:50
 

 <도봉산의 일몰>

 

정해(丁亥)년을 보내며


한해가 벌써 뉘였뉘였

저물어 갑니다.

세월의 먼지가

또 한 겹 쌓여 갑니다.


높새바람에 떨고 있는

앙상한 저 나무도

또 한 겹의 옷을

둘러야 갰죠.


까치발 하며

그렇게도

보담아 간직했던

지난 새벽의 다짐


이제는 벌목꾼에게 베여진

나무토막처럼

세월의 아궁이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할 시간입니다


사랑하고  미워했던 일도

기뻐든 일 슬퍼든 일

가슴앓이 하던 설은 일들도


이제는 모두 아린 추억의 껍데기가 되어

말없이 뒤 안 결에 밀어노을 시간입니다.


장대 끝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

바람에 울부짖듯

서글픈 마음 허공에 소리쳐 보지만.

  

무상한 세월의 강물

이 한해도 어김없이

한 줌 추억의 껍데기로

쓸어가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