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사량도 옥녀봉에서(2)

나그네 현림 2007. 6. 22. 00:10
 

 

 

사량도 옥녀봉에서(2)


숨 가쁘게 오른 길

홀연히 길은 끊어지고

앞길은 천애의 바위.

두 눈에 벼락을 맞은 듯

몰려오는 아찔한 현기증


그래도 차마 돌아갈 수야 없지

가파르게 올라 온 길인데.


그래, 길이란 이어지게 마련

끊어진 길이 어디 있던가.

또 다른 우회길이 있겠지

사람 가면 그것이 길이 아니던가.

또 다른 길을 찾아 내려가야지

마음에 여울 만들며.


내 인생 산행 길

가로막은 그 절애의 바위들.

어디 한 두 번이던가


때로는 모질게

때로는 웃으면서

안으로 시린 마음 감추고

얼마나 우회하며 돌아섰던가.


한번 돌아설 때마다

몰아쳤든 그 현기증

욕지기났던 그 삶의 현기증.


그래도 예까지 걸어오지 않았던가.

앙팡진 바위들의 절규 속에

해풍을 맞으며 서 있는

옥녀봉의 저 푸른 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