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나그네 현림
2007. 5. 4. 22:36
<영암 월출산 구정봉 가는 길에서>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사자는 바람처럼 달릴 수 있지만
새처럼 날지 못하고,
독수리는 깃털처럼 날 수 있지만
물고기처럼 헤엄치지 못합니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가시로 비난받고
가시 많은 아카시아는 향기로 사랑받습니다.
깊은 바다 조개는 진주를 품고
깊은 산의 바위는 옥(玉)을 품고 있습니다.
두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에 온전한 것 하나 없지만
한 눈으로 바라보면
만유(萬有)가 일미(一味)요
한 뿌리의 꽃입니다.
모양이 다르고
속성이 달라도
모두가 한 뿌리의 꽃 입니다
살아가는 중생들도 그러합니다.
두 눈으로 바라보면
천차만별 각양각색이지만
품속에 무가(無價)진보(珍寶)
다르지 않습니다.
나다, 너다
잘났다, 못났다
차별 짓는 부질없는 분별망상
버리면 모두가
내 권속이요 내 형제들입니다.
버리고 살아요.
한 마음으로 살아요.
그러면 세상은
맑고 향기로워 집니다.
베풀면서 살아요
사랑하며 살아요
왔다가 가는 인생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데
남겨서 좋은 것
사랑 밖에 더 있습니까?
더 높이
더 넓게
더 깊이
맺은 인연
새 인연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다 향기롭게
사랑하며 살아요
하늘만큼
땅 만큼
바다만큼
<목포 북동항 어느 식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