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만추(晩秋)의 고독
나그네 현림
2006. 12. 3. 12:19
만추(晩秋)의 고독
해살이 여위어 가는
늦은 저녁
불암산 숲속
돌무덤 지나고
너럭바위 돌아
내려오는 길
앙상한 나무들이
장승처럼 둘러싼
조그만 뜰악에
무덤같이 쌓인 낙옆들
구름도 가고
새들도 가버린
고요한 적막속에
흔적 없는 바람이
망각의 안개를 거두고
계곡의 바람이
그리움의 밭이랑을 맨다.
밣혀진 추억의 이삭들
파헤쳐진 고랑 사이
알몸으로 드러나는 상흔들
찟겨진 아쉬움이
묻어 둔 그리움이
쌓인 낙옆더미 속에서
바스락거린다.
내 사랑 하고 파던 사람들
내 시리도록 그리워했던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몸짓처럼
세월의 바람에 매달려
그저 꿈틀대며
그렇게 살아 온 지난날들
만추(晩秋)의 어둠은
무덤같은 낙옆더미 속에서
소리 없이 익어 가는데
기슭의 잔설이
새벽의 서리가 되어
길손의 가슴을 얼어붙게 한다.